준비가 없이 나간 여행은 힘들었다.
왜냐면 유럽은 비싸기 때문이다.
너무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개월을 작정하고 비행기표를 끊은 나는
숙박과 식비를 아끼는 것으로 해결을 보았다.


나는 런던의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에서 노숙했고
무르시아 공항 근처의 밭에서 숨어 텐트를 쳤다.
세비야의 지하도에서 쭈그렸고
피레네 산맥 그 2천미터 고도에서 말과 함께 잤다. (이건 미친 짓이었다.)
보르도에서 거지들과 있었고
파리 그리고 알레시아에서 난 역에서 누웠다.
톨레도와 잘츠부르크 그리고 일곱 탑의 도시에서 1인용 텐트를 피고 자야 했다.
비엔나와 제네바에서는 각각 브라티슬라바와 튀니지의 난민 그리고 중국인과 이야기하면서 잤다.
베네치아의 배 위에서 노숙했고
피렌체의 경찰서 옆에서 노숙했으며
제노아의 기차역에서 누웠고
피아첸차의 기차역에서 누웠다.
야간 기차의 의자에서 잤고, 배의 갑판에서 잤다.
그리고 피우미치노 공항의 상가에서 잤다.

<Victoria coach station,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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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ignole stazione, Genoa>

런던에서는 항상 굶주렸다. 난 아침 식사를 여러 번 먹어 점심을 아꼈다.
카르타헤나에서 난 식빵 하나로 이틀을 버텼다.
러시아 녀석이 고기를 슬라이스 단위로 판다는 걸 알려줘서 주기적으로 단백질을 섭취하긴 했다.
너무 우리나라 음식이 먹고 싶어서, 바르셀로나에서는 이모네 민박이라는 곳에 갔는데
사이비 태권도 관장이 운영하고 있었다.
" 숙박비? 25 유로지~ 허허 20 유로가 아니냐고? 그 가격 대 있으면 거기 가서 자~ "
그래서 내가 말했다.
" 아, 네 거기 가서 잘께요. "
그래서 난 돌아와 유스호스텔로 갔다. 한국 음식을 먹게되는 건 그 뒤 한달이 지난 파리의 하숙집에서였다.
그곳에서 난 처음으로 한국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한국인 관광객을 봤다.
(그들 중 스페인에 간 사람은 나 뿐이었다.)
그들이 말했다.
" 전 여행은 민박에서 해야된다고 생각해요. 아침 든든하게 한국집에서 먹고! 저녁 든든히 한국집에서 한국 음식으로 먹고! 점심은 먹는 것도 문화니까 나가서 현지 음식 먹고. 아, 네이버에서 파리 맛집 검색해봤는데 같이 가실래요? "
난 말했다.
" 전 여행은 유스호스텔에서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식사는 불편하지만, 외국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 기회를 얻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
" 그게 제 말은 우리 나라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거죠. "
" 전 빵이랑 고기 해서 먹는 것도 좋아요. "
사실은 돈이 부족했던 거였다. 그 곳에서 잘때도 부담이 커서, 하루는 민박하고 하루는 역에서 노숙했다.
그 곳 주인이 그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내가 알레시아로 떠날때, 그녀는 내게 저녁 음식을 미리 주었다.
(그건 절대 흔한 일이 아니다.) 몇 번 거부했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았다. 그건 정말 맛있었고, 그건 정말 슬펐다.

베네치아에서 난 1KG 비스켓을 50센트에 샀고, 그걸로 하루를 버텼다. 그날 저녁 난 토했다.
비스켓 먹다 토한 이후에는 비스켓을 못먹었는데, 감자칩이라는 걸 발견해서 그걸 먹었다.
수페르 메르카토르(슈퍼마켓)에서 난 즐거운 마음으로 감자칩하나를 샀는데, 다들 몇 봉지씩 사는데 난 감자칩 하나만 내니까 (그거 50cent에 500g 짜리였다!) 이상하게 생각됬나보다.
"그거 당신 저녁인가요? "
"네. "
"그런가요. 네, 이리 주세요. "
그 감자칩도 맛있었다.
고기가 부족할 땐 햄을 먹었다. 그램에 가격을 모두 따져서 샀는데, 당연히도 싸고 양많은 건 징하게 맛없었고 냄새가 심했으며 기름졌다. 주로 아랍 상점에서 샀는데, 배가 고프고 땡기니까 꽤 잘먹고 다녔다.
그러다가 여행의 마지막 즈음, 로마의 민박집에 있으면서 (비수기라 아침 저녁 한국 음식이면서도 굉장히 쌌다.)
그 고기를 일주일 정도 안먹게 되었는데 나중에 그게 생각나서 일부러 사 먹었다. 두 숟가락도 못뜨고 버렸다.
내가 저런 걸 어떻게 먹고 다녔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왜 유럽에...
그건 인천공항으로 갈 때부터 가진 의문이었다.
런던에서 카르타헤나에서 즉 여행 초반에 난 그 생각을 했고, 잘못 왔다고 당장에라도 돌아가야 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내게 곧 그 생각을 가시게 한 것은

색다른 문화.

너무나 밝고 순수하며 여유있는 사람들의 모습들.

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공과 사의 엄격함.

인간 중심적인 사회 분위기.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색다른 경험.

감동적이었던 유럽의 자연.

그리고



어딜가나 볼 수 있었던 문화 유산 - 인간이 만든 걸작 - 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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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체의 기차역에 설치된 간이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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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런던에서 2008.07.03 05:1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대단하시네요.. 여행
    저도 현재 여행중인데.. 경비 아낄려고 하루 노숙할까 고민고민하며 검색하다 님 글 봤어요.
    여기서 수많은 여행객들을 보지만 모두 돈 뿌리고 갑니다. 유명하다는 곳들 의무적으로 질질 끌려다니며... 님 보고 많이 느끼네요 여행이란...

    • 재돌이 2008.07.03 18:2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여행 중이신가요? 한국밖에 있는한 당신은 자유인입니다.. 충분히 말 그대로의 자유를 즐기다 오세요. 안전하게 여행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 연133 2014.02.23 12:2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부럽네요.그 젊음과 용기..좋은 경험이 삶아가며 큰 잇점으로 닥아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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